‘벤처투자촉진에 관한 법률(이하 벤투법)’의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8월 23일 시행됐다. 이 가운데 눈에 띄는 개정 내용은 ‘창업기획자(액셀러레이터, AC)의 벤처투자조합 결성과 운영 및 기업 인수합병(M&A)에 관한 규제 완화'였다.

액셀러레이터로 불리는 ‘창업기획자’는 초기 창업기업에 대한 전문 보육 및 투자를 주된 업무로 하는 법인으로, 자동차의 엑셀처럼 스타트업의 성장 속도를 높여준다는 의미를 가진다.

전문 보육이라는 면에서는 창업보육센터(Business Incubator, 이하 BI)와 업무가 일부 겹친다. 하지만 BI가 주로 시설·장소를 제공하고 세무나 경영, 기술 인증 등의 행정 지원을 한다면 AC는 사업 모델 개발부터 제품 개발, 후속 투자 유치 등에 더 중점을 둔다.

스타트업, 벤처기업의 자금 유치 "전략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그의 제품이 최고라고 생각한다. 초기 창업단계일수록 이러한 믿음은 공고하다. 그들은 자사 제품이 곧 시장에서 날개 돋친 듯 팔릴 것이라고 확신한다. 스티브잡스가 된 듯 기대에 부풀어 그의 차고(garage)는 희망의 컵라면으로 가득 쌓여갈 것이다.

냉정하게 들리겠지만,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통계를 통해서도 알 수 있듯 성공한 기업가는 그리 쉽게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신생 기업이 5년을 버틸 확률은 20~30% 이내이며, 그중에서도 지속가능한 기업으로 자리매김하는 스타트업은 열에 하나 정도이다. 필자는 통계치를 신뢰한다. 스타트업이 온전한 기업으로 뿌리내릴 확률은 5%, 더 이상 내줄 수 없다.

실패의 요인은 다기하다. 비즈니스모델의 부재, 아이템에 대한 지나친 맹신, 팀의 불화, 시장규모의 비대칭 등 다양하게 그 원인을 설명할 수 있겠지만, 가장 큰 원인은 자금 운용의 문제이다. 기업에게 자금은 피(血)와 같다. 피가 돌지 않는 사람이 살수 없듯이 자금이 돌지 않는 기업도 생존할 수 없다. 적기에 적절한 자금의 조달은 기업 운영에 필수적인 요소인 것이다.

창업자는 항상 돈이 부족하다. 그가 억만장자가 아닌 이상, 다소 많다고 생각할 정도의 초기 자본으로 시작했더라도 마찬가지다. 왜냐하면 돈은 많으면 많을수록, 적으면 적을수록 꼭 그만큼의 쓰임이 생기기 때문이다. 따라서 창업자는 자금조달에 항상 갈급(渴急)하게 된다.

자금조달 방법은 빌리거나 투자를 받는 것 중의 하나다. 자본가나 은행 등 금융기관으로부터 일정 원금을 대출받고 이자를 내는 것이 전자라면 창업자의 미래가치에 돈을 미리 당겨 받는 것이 것이 후자이다. 대출과 투자유치 중 어느 것이 유리하냐 하는 것은 각자의 성향이나 자금조달 단계 등에 따라 다르다. 일반적으로 성공 후 치러야 할 희생(받은 만큼 돌려줘야 하는 것)의 진폭으로 볼 때 일정 지분을 양보해야 하는 투자유치보다는 빚이 상대적으로 부담이 적다.

대기업들이 투자를 받는다는 얘기를 들어본 적이 있는가. 일부 전략적 투자 외에 대기업은 국책은행을 통해 돈을 빌릴 뿐이다. 왜 그런지에 대해서는 이 연재의 후반부에 가서 상세하게 설명할 것이다. 따라서 빌릴 수 있는 능력이 된다면 빌리는 것이 좋다.

하지만 이는 자금 여력이 뛰어난 대기업의 이야기이고, 스타트업에 해당되는 얘기는 아니다. 하루하루 버티기가 목적인 초기 스타트업의 경우 빚은 엄청난 부담으로 다가올 수 밖에 없고, 따라서 당장의 원금을 갚아야 하거나 이자를 낼 필요가 없는 투자유치에 사활을 걸 수 밖에 없다.

투자유치가 마냥 나쁜 것도 아니다. 우선 초기 운영자금에 목말라하는 스타트업의 목을 축여줄 수 있다. 특히 한창 죽음의 계곡(Death Valley)을 건너고 있는 스타트업이라면 투자자의 도움은 사막 한 가운데의 생명수보다 더 반가울 수밖에 없다. 또한 투자유치가 좋은 점은 단순히 자금을 조달하는데 머물지 않고 최근에 대두되고 있는 선량한 목적으로 활동하는 창업기획가처럼 돈을 투자한 투자자로서의 인연과 더불어 같이 험난하고 긴 길을 동행하는 파트너를 얻는 기회도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최근에는 투자유치를 회사를 키워나가는 하나의 전략적인 기술로 접근하는 회사도 많다. 어떤 역사가 깊고 평판이 좋은 벤처캐피탈과 협약을 맺었다는 것 자체가 회사의 기술을 인정받았다는 의미로 읽히기도 하고 크라우드 펀딩을 이용해 회사를 알리는 마케팅의 도구로 활용하기도 한다.

이상에서 본 것처럼 스타트업에게는 자금조달과 마케팅 등 여러모로 활용할 가치가 높으므로 원론적 수준에서 투자유치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실전의 항목으로 넘어가면 투자유치가 그리 녹록한 것은 결코 아니다. 상당히 많은 전문지식과 네트워크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우선 벤처 투자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필요하다. 투자자에 대한 공부만 해도 질식할 만하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돈을 대주는 ‘투자자’ 한마디로 그냥 끝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투자는 각 단계별로 엔젤, 액셀러레이터, 마이크로VC, 벤처캐피탈, SI 등 매우 전문화된 그들만의 벡터를 갖고 있다. 투자 단계에 따른 투자자에 대한 정확한 인지는 반드시 필요하다. 자신의 규모에 맞는 투자자를 찾아가야지, 아무나 찾아간다고 될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사이즈에 맞지 않는 투자자를 찾다가 호소하는 것은 서로 불편한 기억만 남길 뿐이다. 이는 당신의 사업계획서를 그가 거절했다기보다는 서로 다른 맥락의 지점에서 만났기 때문에 필연적으로 이뤄질 수 없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이 연재가 필요한 이유이다. 필자는 창업일보를 운영하면서 숱하게 많은 스타트업을 보았고, 숱하게 많은 IR을 지켜보았으며, 숱하게 많은 종류의 투자자를 만나본 결과 이 시장에도 이들만의 룰과 그라운드 규칙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것은 모종의 규약이며 불문율과 같은 것이어서 사전 지식이 반드시 습득되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따라서 투자유치에도 전략적인 공부가 필요하다. 앞으로 필자는 이 연재를 통해 스타트업, 혹은 벤처기업, 중소기업이 어떠한 전략적인 방법을 통해 투자를 잘 유치할 수 있는가에 대해 필자가 알고 있는 수준에서 최대한 쉽게 풀어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