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화물 노동자 간 갈등이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가운데, 화물연대 총파업이 12일째 이어지고 있다. 현재 파업에 따른 물류 마비로 시멘트 출고량의 90% 이상이 급감했고 레미콘 공사의 50%가 중단된 상태이며, 온라인에서는 각종 건설장비 유통과 신차 탁송이 중단되면서 억울함을 호소하는 이들도 생겨났다.

파업으로 인한 피해가 고스란히 국민에게 전달되고 있는 상황에서 '법과 원칙'을 강조하는 윤석열 정부와 '노조 탄압 정권'이라며 반발하고 있는 화물연대본부의 대치가 새 국면을 맞이할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화물연대 총파업, 그 목적은?

출처 = 화물연대본부 공식 홈페이지
출처 = 화물연대본부 공식 홈페이지

이번 화물연대 총파업은 '화물차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를 목표로 한다. 그간 최소한의 운임료, 즉 최저임금이 책정되지 않은 화물업계에서 운송기사들은 보다 많은 수입을 위해 과속, 과적, 과로 등 열악한 근무조건 속에 내몰려 있었다. 이는 곧 운송기사는 물론 도로 위 국민의 안전까지 위협하는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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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정부에서는 운송기사들의 근로 여건을 개선하고자 지난 2020년 1월 1일부터 3년간 컨테이너와 시멘트 품목에 대해 1km당 운임 요금을 책정하는 '안전운임제'를 도입하겠다고 공표했다. 표준운임을 어기는 화주에게는 최대 500만 원의 과태료를 물리게 함으로써 화물차 운임이 지나치게 낮아지는 것을 방지하고, 화물 운송기사들에게 일정 수준 이상의 임금을 보장하겠다는 것이다. 이렇듯 안전운임제는 화물 운송기사의 권리와 도로의 안전을 동시에 지킬 수 있는 제도로 인식되고 있다.

그러나 3년의 기한이 정해져 시행된 안전운임제는 2022년 12월 31일 폐지를 앞두고 있다. 법의 유효기간을 정함으로써 별다른 폐지 절차 없이 해당 기간이 만료되면 없어지는 것을 해가 지는 것에 빗대어 '일몰제'라고 하는데, 이번 총파업은 이 안전운임제 일몰제를 폐지하고 법제화를 촉구하기 위해 시작됐다. 아울러 현재 컨테이너, 시멘트 품목에만 적용되고 있는 안전운임제 범위를 모든 차종 및 품목으로 확대하고 현재의 물가인상률에 따라 표준운임을 높여달라는 것이 화물연대의 입장이다.

'본격 제재' 압박 수위 높이는 정부

출처 = 대한민국 대통령실
출처 = 대한민국 대통령실

정부는 화물연대의 집단 운송거부를 '불법'으로 규정하고 강경 대응 기조를 이어가고 있다. 이는 전 세계적인 복합 위기 속에서 화물연대의 파업이 우리 경제에 안길 충격을 고려, 이번만큼은 파업에 휘둘리지 않겠다는 결의로 비춰지고 있다.

그렇다면 정부는 왜 화물연대의 손을 들어주지 않는 것일까. 이는 최근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 미참여자와 업무 복귀자들에게 쇠구슬을 쏘는 등 폭력적 행위를 보인 것이 화두가 됐다. 윤 대통령은 "불법 행위와 폭력에 굴복하면 악순환이 반복된다"라며 "어떠한 불법과도 타협하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강성노조 파업은 집단 이익을 위한 명분 없는 주장일 뿐 아니라 산업현장의 진정한 약자들의 이익을 해치는 행위라는 것이 윤 대통령의 입장이다. 따라서 정부는 불법 사례에 대해 법과 원칙을 내세워 엄중한 처벌을 가하고, 나아가 노동시장의 이중 구조를 개선하겠다는 방침이다.

그 일환으로 지난달 29일 국무회의를 통해 화물연대 총파업과 관련한 업무개시명령이 의결됐고, 윤 대통령은 곧바로 시멘트업계 운송 거부자에 대한 첫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운송 업무에 복귀하지 않을 경우 운행 및 자격이 정지되거나 처벌을 내릴 수 있다는 것이다. 법치주의를 강조하며 원칙을 지키는 정부의 이번 단호한 대응은 그간 노조에 끌려다니던 전 정부들과는 확실한 차별점을 드러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업무개시명령 이후 항만 물동량이 2배가량 늘고 시멘트 운송량 역시 회복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정유와 철강 등의 부문은 피해가 막심한 상황이다. 국내 최대 수출입 항만인 전남 광양항은 하루 컨테이너 반출입량이 파업 이후 1.5%대로 급감했고, 기름이 동난 주유소의 수가 나날이 증가하면서 국민들의 불편이 가중되고 있다.

이에 대통령실은 정유·철강을 대상으로 한 2차 업무개시명령 발동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5일 대통령실 관계자는 서울신문을 통해 "2차 업무개시명령 발동을 위한 실무 준비는 끝마쳤고 결정만 남아있는 상황"이라며 "주유소 재고와 출하량 등을 면밀히 분석하고 실제 국민 생활에 큰 불편을 주는 상황인지를 고려해 실행 여부를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 VS 민주노총, 합의 가능성 있나

출처 = 화물연대본부 공식 홈페이지
출처 = 화물연대본부 공식 홈페이지

전국민주노동자조합총연맹(민주노총)은 산하 조직인 화물연대에 힘을 보태고자 오늘(6일) 총파업에 합류했다. 다만, 서울교통공사 노조 등은 사측과의 합의를 통해 파업을 철회한 상태라 총파업의 동력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화물연대로서는 파업을 이어가는 것 외에는 마땅한 해결책이 없는 상황에서 현장에 복귀하는 화물기사들이 속출하면서 이들의 세력이 약화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민주노총은 "화물연대의 정당한 투쟁을 무력화하기 위한 정부의 비상식적 탄압 수위가 도를 넘고 있다"라며 "이번 탄압은 화물연대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현 정부의 저항세력인 민주노총을 표적으로 진행되는 것이기에 투쟁을 통해 이를 저지해야 한다"라고 의지를 표명했다.

반면, 투쟁에 동참해온 화물연대 소속 시멘트 트레일러 기사는 헤럴드경제를 통해 "성수기 때 돈을 벌어둬야 겨울철 비수기에 차 할부금을 내는데 파업으로 업무를 하지 못하면 최소 2,000만 원은 대출을 받아야 된다. 깡으로 버티는 동료들도 있지만 나는 빚을 질 수 없다"라며 운송거부를 중단하고 업무 현장에 복귀했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1차 업무개시명령으로 화물차주 및 운송기사의 복귀가 늘면서 화물연대의 집단 투쟁 효과가 급격히 떨어졌다고 보고 있다. 실제 지난 5일 화물연대 측은 김문수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위원장에게 대화를 요청했고 "현장에 먼저 복귀하라"는 김 위원장의 주장에 "복귀하더라도 과반 조합원의 지지를 받아야 한다"라며 난색을 표하기도 했다.

이는 곧 화물연대가 집단 운송거부를 중단하기 위한 명분을 찾는 것으로 볼 수 있으며 정부 역시 한발 물러서 퇴로를 촉구하는 모습이다. 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는 "정부와 화물연대의 강 대 강 대치는 근본적인 해법이 될 수 없다"라며 "국회도 이번 파업의 해법을 찾을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윤 대통령은 "법과 원칙이 바로 서는 나라를 만들겠다"라며 다시 한번 노조와 타협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하고, 업무개시명령을 전달받은 시멘트 운송기사가 실제 복귀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 현장조사에 착수함으로써 압박 강도를 높여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