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나 코인의 여파가 큽니다. 알고리즘의 오류이든 개발자의 사기이든 블록체인과 암호화폐, NFT를 포함한 디지털 자산 산업에 악영향인것만큼은 확실한 것 같습니다.

블록체인 관련 산업에 대한 투자를 검토할 때마다 제 머리 한구석에 없어지지 않는 물음표의 그림자가 이렇게 큰 사고에 대한 예감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그 물음표는 '투자의 결정은 가치인데 암호화폐와 NFT의 가치 기반은 무엇인가'입니다.

일반적인 투자는 밸류에이션(Valuation)을 기반으로 기업의 가치를 산정하고 이 가치를 기준으로 투자를 결정합니다. 암호화폐 관련 산업에 대한 판단 역시 동일한 방법론으로 디지탈자산의 가치를 산정해야 하는데, 저는 이 부분이 논리적으로 판단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투자의 키워드를 일반, 라이프스타일, 연속성, 시장 참여자의 역할로 잡고 있는 저에게 암호화폐를 기반으로 하는 산업은 이 키워드를 대입하기가 불가능한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거의 모든 사업계획서는 'if.. then..'의 구문을 겹겹이 싸아서 만든 BM을 가지고 있고 그 하나하나의 if 확률은 근거를 갖지 않는 경우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관련 산업은 발전했고 많은 분들이 참여를 하기에 저의 시각이 편협한지 고민했고, 지금도 고민 중입니다.

그런데 이번 루나 코인의 사고를 보면서 저의 생각이 완전히 틀리지는 않았다는 판단이 생깁니다. 모든 경우가 그렇지는 않겠지만, 디지털 자산에 투자를 하시는 분들은 그 결정이 가치에 대한 합의인지 아니면 시장의 가격에 대한 합의인지 고민할 필요가 있습니다.

제 책상에 있는 100원짜리 지우개 하나를 동료에게 만원에 팔고 다시 만원에 산다고 해서 그 지우개의 가치가 만원인 것은 아닙니다. 서로 합의한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불완전한 디지탈 자산이 이 지우개의 가격 합의와 같은 것은 아닐까요.

그 자산의 가치에 대한 판단이 가격에 대한 합의가 되지 않도록, 오늘도 저는 NFT 사업계획서를 검토하며 그 가치를 고민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