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에 걸쳐 역대급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난방비 폭탄'을 맞았다는 국민들의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스 및 전기요금이 큰 폭으로 인상된 상황에서 체감온도가 영하 20℃ 아래로 떨어지면서 난방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더해 향후 난방비가 더 오를 수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면서 국민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난방비 폭탄' 원인은?

출처 = 한국전력공사
출처 = 한국전력공사

31일 한국부동산원 공동주택관리정보시스템(K-apt)에 따르면 전국 아파트 ㎡당 평균 난방비는 2021년 12월 334원에서 지난해 12월 514원으로 53.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0월부터 도시가스 요금이 MJ(메가줄)당 2.7원 인상됐고, 올해 1분기 전기요금은 kWh(킬로와트시)당 11.4원 올라 1981년 이후 최대 인상폭을 기록했기 때문이다.

이 같은 난방비 인상의 이유는 LNG(액화천연가스) 수입가격의 폭등을 원인으로 들 수 있다. 국제 LNG 가격은 2021년 1분기 기준 100만BTU당 평균 8.8달러에서 2022년 8월 53.2달러까지 6배가량 상승했다. 지난해 2월 발발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따른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이 근본적인 원인으로 작용했다.

인베스트 뉴스는 공정한 시각으로 스타트업 생태계를 전달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후원을 통해 스타트업의 미래를 응원해주세요.

후원하기

이에 현 정부는 당시 LNG 수입가격이 폭등함에 따라 가스요금이 인상됐어야 하나, 문재인 정부가 이를 무리하게 억제했고 에너지 공기업의 미수금과 적자가 눈덩이처럼 불어나 지금의 난방비 폭탄 현상이 일어나게 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인상 요인이 수년 간 누적되고 있는 상황에서 요금 인상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가스공사의 지난해 말 기준 부채비율은 500% 수준, 미수금(영업적자)은 9조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29일 이관섭 대통령실 국정기획수석은 인터뷰를 통해 "가격은 경제 활동의 시그널인데 제때 시그널을 못 준 게 큰 패착이 아닌가 생각한다"라며 전임 문재인 정부를 겨냥했다. 이어 "국제가격이 오르면 국내 가격도 맞춰줘야 가계와 기업이 준비할 수 있고 정부도 지원책을 강구할 수 있는데 (가격 상승을) 제때 반영하지 못하고 미뤄서 국민과 기업이 난방비 충격을 크게 받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가스공사 "전년 대비 최소 1.5배 더 올려야"

업계에서는 가스공사의 미수금이 올해 10조 원을 돌파할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다. 지난해 가스요금이 38% 이상 오르긴 했지만, 정부가 민생안정을 위해 올해 1분기 가스요금을 동결했고 난방 수요가 대폭 늘면서 실질 인상폭은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최연혜 가스공사 사장은 최근 기자간담회에서 "1분기 가스요금이 전혀 오르지 않아 안타깝다"라며 "(공사의 누적 미수금은) 결국 국민이 다 갚아야 하는 구조로, 미수금 해소가 빠르면 빠를수록 난방 비용이 낮아진다"라고 말한 바 있다.

가스공사는 미수금 해소를 위해 올해 가스요금이 지난해 대비 최소 1.5배는 더 올라야 한다는 의견이다. 정부는 2026년까지 순차적으로 미수금 해소에 나서겠다는 입장이지만, 가스요금 외에도 전기·교통요금 등 공공요금 인상이 겹치면서 민생안정화 방안을 찾아야 하는 상황에 처했다.

출처 = 대한민국 대통령실
출처 = 대한민국 대통령실

윤 대통령 지지율 3주 연속 '하락'

난방비 폭탄에 따른 여파로 윤석열 대통령의 국정 수행 지지도는 3주 연속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지난 25~27일 전국 18세 이상 성인 1,504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윤 대통령 국정 수행 지지도는 전주 대비 1.7%포인트 떨어진 37.0%(매우 잘함 22.9%, 잘하는 편 14.2%)로 집계됐다. 부정 평가는 1.0%포인트 높아진 59.8%(매우 잘 못함 49.9%, 잘 못하는 편 9.9%)로 나타났다.

리얼미터는 "설 연휴 이후 난방비 인상이 최대 관심사로 주목받으며 정치권에서 에너지 바우처 확대 등 해법 마련에 분주했다"라며 "국민 여론은 안보 이슈나 내부 갈등보다 이번 난방비 사태에 더 크게 요동치는 것으로 나타났다"라고 밝혔다. 이어 "당분간 물가 관리가 대통령 평가에 직·간접적 영향을 줄 것"이라고 예상했다.

취약계층 난방비 지원에 1,800억 긴급 투입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30일 난방비 급등 대책으로 국무회의에서 의결한 1,000억 원의 예비비 지출 안건을 즉시 재가했다. 기존 예산 800억 원을 더해 총 1,800억 원이 취약 계층 약 118만 가구의 난방비 지원에 긴급 투입될 예정이다.

김은혜 홍보수석은 이날 브리핑에서 "유례없는 한파로 어려움을 겪는 취약 계층과 국민 부담을 조금이라도 덜기 위해 신속히 내려진 재가"라며 "당초 31일 예정됐던 국무회의가 하루 앞당겨 열렸고, 예비비 지출 안건은 차관 회의 등을 생략한 긴급 상정 형식으로 처리됐다"라고 말했다. 이에 따라 기초생활수급 가구 및 노인 질환자 등 117만 6,000가구에 대해 올겨울 한시적으로 15만 2,000원에서 30만 4,000원으로 2배로 인상된 에너지 바우처(이용권)가 지원된다.

이날 윤 대통령은 지원 대상을 중산층으로 확대하는 방안도 적극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례 없는 한파로 2월 난방비도 중산층과 서민에게 부담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정부가 할 수 있는 대책을 모두 강구해 총력대응에 나선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어려운 분들이 몰라서 가스비 지원을 못 받는 일이 없도록 관계 부처가 철저히 안내하라"고 거듭 당부하며 "관계 부처에서 난방비 추가 지원 대상과 관련한 방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전했다.